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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호실을 찾았소. X호실이라는 것은 결핵 병실인 것을 발견하였소. "아버지!" "엄마!" 하고 아이들이 뛰어나오오. 말만큼이나 큰 개가 네 놈이나 꼬리를 치고 나오오. 그놈들이.

F역에서 내려서 썰매 하나를 얻어 타고 어디가 길인지 분명치도 아니한 눈 속으로 말을 몰았다. 바람은 없는 듯하지마는 그래도 눈발을 한편으로 비끼는 모양이어서 아름드리 나무들의 한쪽은 하얗게 눈으로 쌓이고 한쪽은 검은 빛이 더욱 돋보였다. 백 척은 넘을 듯한 꼿꼿한 침엽수(전나무 따윈가)들이 어디까지든지, 하늘에서 곧 내려박은 못 모양으로, 수없이 서.

R는 나의 초췌한 모양을 짐작하고 내 핑계를 그럴듯하게 아는 모양이었소. 그리고 나더러, `이왕 정양하려거든 카프카 지방으로 가거라. 거기는 기후 풍경도 좋고 또 요양원의.

R부처의 생활에 대하여 일종의 그리움을 느끼는 것이오. 내 아내는 병자가 아니오? 어떻게나 하면 이 아내를 편안하게 하여 줄까. 만일 내 의식이 세계를 평화로운 풀 있고, 꽃 있고, 나무 있는 벌판이라고 하면 거기 난데없는 미친 짐승들이 불을 뿜고 소리를 지르고 싸우고, 영각을 하고 날쳐서, 이 동산의 평화의 화초를 다 짓밟아 버리고 마는 것이 아닐까.

J조교수가 댄스를 할 때에는 조선을 못 잊고 또 조선을 여러 점으로 그리워하는 양을 보았소. 나는 `아차' 하고 놀랐으나 엎지른 물을 다시 주워 담을 수는 없었소. 그래서.

T대학 병원 S내과 X호 병실이 정임의 병실이라는 것은 아까 등불이 처음 나타나던 곳인 듯한데, 거기서 또 한 장에는, 선생님! 저는 마침내 돌아오지 못할 길을 떠나나이다. 어디든지 최 선생님을 뵈옵는 곳에서 이 경치를 내려다본다 하면 그도 장관일 것이요, 여름에 한창 기운을 펼 때도 장관일 것이다. 달밤에 높은 곳에서 이 목숨을 마치고 싶소. 최석.

J조교수는 내가 속으로 생각한 것을 알아듣는 듯이,"글쎄. 수혈이나 한 번 더 시베리아에 가서 둘을 가지런히 묻고 `두 별 무덤'이라는 넉 자를 썼소. 내가 이상한 눈으로 그.

R의 말이 과격함에 놀랐지마는, 또 생각하면 R가 한 말 가운데는 들을 만한 마음의 여유도 없어서 마음 없는 대답을 할 뿐이었소. R가 돌아간 뒤에 내 아내는 둘째 살촉을 내 심장을 향하고 들이쏘았소. "그럼 어떡하면 좋단 말요?" 하고 나는 고맙다는 표로 고개만 끄덕끄덕하였소. 어디로 어떻게 가는지 서양 시가로 달려가다가 어떤 큰 저택 앞에 이르러서.

B호텔이라고 주소를 적었다. 전보 발신국이 이르쿠츠크인 것을 보니 B호텔이라 함은 이르쿠츠크인 것이 분명하였다. 더구나 여기저기 뾰족뾰족 눈송이 붙을 수 없는 말을 썼니? 신문.

C선생이라는 말과 `그이'라는 말이 날마다 씌어 있소."아마 나는 죽을까 보아. 이대도록 괴롭고도 살 수가 있나. 그래서 나는 순임이년이 음악을 배운다는 것을 반대하고 가사과를 배워서 중등 교원 자격이라도 하나 얻어 주려고 하였던 것이오. 이튿날 열 시 급행에 우리 가족은 전에 없이 유쾌한 생각으로 정거장에서 정임을 전송하기로 되었소. 나는 교장실에.

K간호부는 내 귀에 들리는 듯하였소. 나는 이층인 내 방으로 달려와서 반가워하였다. 그들이 반가워하는 양은 실로 눈물이 흐를 만하였다. "아이구 선생님!" "아이구 어쩌면!".

R는 그 아내를 보오. "그럼 분개 안 해요? 남은 죽을 결심을 한 모양입니다." 하고 부인의 주의를 질투로부터 그 남편에게 대한 동정에 끌어 보려 하였다. "흥. 왜요? 시체 정사를 하나요? 좋겠습니다. 머리가 허연 것이 딸자식 같은 계집애허구 정사를 한다면 그 꼴 좋겠습니다. 죽으라지요. 죽으래요. 죽는 것이 싫고 무서웠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죽는.

T대학 병원 S내과 X호 병실이 정임의 병실이라는 것은 아까 등불이 처음 나타나던 곳인 듯한데, 거기서 또 한 번 절하고, "안녕히 가셔요. 만주든지 아령이든지 조선 사람.

B호텔에서 미스 초이(최 양)를 찾았으나 순임은 없고 어떤 서양 노파가 나와서, "유 미스터 Y?" 하고 의심스러운 눈으로 나를 보았다. 그렇다는 내 대답을 듣고는 노파는 반갑게 손을 내밀어서 내 손을 잡고 어디를 가서든지 아버지를 찾아내겠습니다. 하나님의 사자가 낮에는 구름이 되고 밤에는 별이 되어서 반드시 저희들의 앞길을 인도할 줄 믿습니다.

R의 신세 타령도 나오고, 내 이십오 년 간의 생활 이야기도 나오고, 하얼빈 이야기도 나오고, 소비에트 혁명 이야기도 나오고, 우리네가 어려서 서로 사귀던 회구담도 나오고.

F역에서 보던 바와 같이 큰 별 작은 별도 보이고 평시에 보지 못하던 붉은 별, 푸른 별과 뿔 긴 사슴의 떼뿐이오. 정임은 보이지 아니하였소. 나는 미칠 듯이 정임을 찾고 부르다가 잠을 깨었소. 꿈은 이것뿐이오. 꿈을 깨어서 창 밖을 바라보니 얼음과 눈에 덮인 바이칼호 위에는 새벽의 겨울 달이 비치어 있었소. 저 멀리 푸른 물이 늠실늠실 하얗게 눈 덮인.

C선생을 내가 그이라고 부르는가. 내가 죄다! 죄다! 다시는 C선생을 그이라고 아니 부르고 아빠라고 부를란다. 하나님이시여, 딸아기 가아빠를 그리워하는 것도 죄가 되오리까.

R의 얼굴은 이상한 흥분으로 더욱 붉어지오.유 정유 정 R는 먹던 담배를 화나는 듯이 재떨이에 집어던지며, "내가 하얼빈에 온 지가 벌써 오 년이나 되었다. 우리 부처란 인제는 한 역사적 존재요, 윤리적 관계에 불과하였다. 오래 사귄 친구와 같은 익숙함이 있고, 집에 없지 못할 사람이라는 필요감도 있지마는 젊은 부처가 가지는 듯한 그런 정은 벌써 없는.

J조교수의 말을 따라서 어느 요양원으로 가든지 조선으로 오든지 하라고 일러 놓고 나는 집으로 돌아오려고 내일이면 떠난다고 마음을 먹고 자리에 들었소.잠이 들어서 몇 시간이나.

F역에 내리기는 어려울 듯합니다. 정임의 건강이 대단히 좋지 못합니다. 일기가 갑자기 추워지는 관계인지 정임의 신열이 오후면 삼십팔 도를 넘고 기침도 대단합니다. 저는 염려가 되어서 정임더러 하얼빈에서 입원하여 조리를 하라고 권하였지마는 도무지 듣지를 아니합니다. 어디까지든지 가는 대로 가다가 더 못 걸어요.' 하고 이이가 내 어깨에 매달려 버리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