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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조교수는 무시로 정임의 병실에 나를 찾아왔소. 이것은 간호부들의 눈에 정임과 나와의 지위를 높여서 대우가 퍽 좋아졌소.이런 조건들이 모두 합하여 정임의 용태가 퍽 좋아 가는.
R는 식은 차를 한 모금 더 마시며, "참 목도 마르기도 하더니. 입에는 침 한 방울 없고. 그러나 못물을 먹을 생각도 없고. 나중에는 말을 하려고 해도 혀가 안 돌아가겠지요. 이러는 동안에 달빛이 희미해지길래 웬일인가 하고 나는 한참이나 숨을 못 쉬도록 놀랐소. 그러나 그 빨간, 참회의 핏방울 속에서도 애욕의 불길이 일지 아니하는가. 나는 마침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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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역을 떠나 버렸소. R에게는 고맙다는 편지 한 장을 받았다. 그 봉투는 봉천 야마도 호텔 것이었다. 그 속에는 편지 두 장이 들어 있었다. 한 장은 , 선생님! 저는 마침내.
R라는 사람으로서 경술년에 A씨 등의 망명객을 따라 나갔다가 아라사에서 무관 학교를 졸업하고 아라사 사관으로서 구주 대전에도 출정을 하였다가, 혁명 후에도 이내 적위군에 머물러서 지금까지 소비에트 장교로 있는 사람이오. 지금은 육군 소장이라던가. 나는 하얼빈에 그 사람을 찾아가는 것이오. 그 사람을 사랑하오, 그 사람한테가 아니면 시집을 안 가오,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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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학교 교장 L씨와 여자 교원 두 사람을 조선 호텔로 청하여 만찬을 대접하였소. 아직 진달래가 필락말락한 이른 봄이요, 바깥에는 찬바람이 부나 호텔 안은 여름날과 같이.
J박사는 내가 허둥지둥하는 태도가 우스운 듯이 빙그레 웃으며,"피는 사려면 얼마든지 파는 사람이 있으니까 그럼 수혈을 해 봅시다." 하고 J조교수는 간호부에게 수혈 준비를 명하였소.J조교수는 내 왼쪽 팔의 굽히는 곳의 정맥에서 피를 뽑아 혈형을 검사한 결과,"누르로군." 하고 나더니,"누르 형을 가진 사람의 피가 아니고는 받을 수는 없단 말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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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는 웃지도 아니하오. 그의 얼굴에는, 군인다운 기운찬 얼굴에는 증오와 분노의 빛이 넘쳤소. "나도 자네 집에 환영받는 나그네는 아닐세그려." 하고 나는 간호부의 태도에는.
F역에서 내려서 썰매 하나를 얻어 타고 어디가 길인지 분명치도 아니한 눈 속으로 말을 몰았다. 바람은 없는 듯하지마는 그래도 눈발을 한편으로 비끼는 모양이어서 아름드리 나무들의 한쪽은 하얗게 눈으로 쌓이고 한쪽은 검은 빛이 더욱 돋보였다. 백 척은 넘을 듯한 꼿꼿한 침엽수(전나무 따윈가)들이 어디까지든지, 하늘에서 곧 내려박은 못 모양으로, 수없이 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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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대학 병원에 입원을 시켰습니다." 각혈이라니! 우리 정임이가 각혈이라니! 하고 나는 아내의 마음의 화평과 가정의 화평과 또 정임이가 내 집을 믿고 온 손님을 종교적으로.
K학교는 입학 기일이 지나면 도무지 변통할 수가 없으니 어찌하오? 그래서 별별 운동을 다해 가지고 M학교에 사정을 해서 정임이를 K학교에서 끌어다가 M학교에 넣었구려. 그러나 정임과 순임은 한 이삼 분 있다가 돌아왔다. 밖에서 희가 무엇이라고 지절대는 소리가 들린다. 나는 만주를 생각하고, 시베리아를 생각하고 최석을 생각하였다. 마음으로는 정임을.
조회수 7,823
R는 말을 끊소. "간도를 떠난 지가 한 달이 되도록 단둘이 다녀도 요만큼도 귀해 주는 점이 안 뵈니 그럼 파묻어 달라고 안 해요?" 하고 부인은 한참이나 생각하고 있다가.
J조교수는 무시로 정임의 병실에 나를 찾아왔소. 이것은 간호부들의 눈에 정임과 나와의 지위를 높여서 대우가 퍽 좋아졌소.이런 조건들이 모두 합하여 정임의 용태가 퍽 좋아 가는 모양인데 한 가지라도 근심을 더는 것이 좋지 않소? 우리 그렇게 합시다. 정임이를 내일이라도 기숙사로 들여보냅시다." 하고 내 앞에 허리를 굽혀서 작별 인사를 하고 돌아설 때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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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의 말을 듣던 때의 내 인상은 아마 일생 두고 잊히지 아니하겠지요. 나는 자백합니다. 그 순간에 교단 위에 쓰러지지 아니한 것을 이상하게 여기오. 내 심장의 고동과 호흡은.
R는 다시 이야기를 계속하오. "순식간에 둘이 드러누울 만한 구덩이를 아마 두 자 깊이나 되게, 네모나게 파 놓고는 내가 들어가 누워 보고 그러고는 또 파고 하여 아주 편안한 구덩이를 파고 나서는 나는 아주 세상을 하직할 셈으로 사방을 둘러보 고 사방이래야 컴컴한 어둠밖에 없지만 사방을 둘러보고, 이를테면 세상과 작별을 하고 드러누웠지요. 지금 이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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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선생이란 것이나 그이란 것이나 아빠란 것이나가 다 나를 버릴 때에 오직 너 하나가 나를 소중히 알아 주니 어찌 고맙지 않겠느냐. 그러니까 정임아 너는 몸을 조심하여서 건강을.
R는 약간 처참한 빛을 띠면서, "그러니 그 구덩이를 어디 찾을 수가 있나. 오늘은 교실에 들어가 앉았어도 무엇을 배웠는지 정신이 없이 있다가 동무들에게 놀림을 받았다. 동무들은 어찌 그리 행복된가. 그들에게는 부모가 있어서 그러한가. 사랑하는 사람이 있어서 그러한가. 나는 그들과 같이 유쾌하게 살지를 못하는가.""나는 암만해도 죽을 것만 같다. 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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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조교수는 간호부에게 수혈 준비를 명하였소.J조교수는 내 왼쪽 팔의 굽히는 곳의 정맥에서 피를 뽑아 정임의 왼편 팔의 정맥에 넣는 일을 하였소. 나는 이 도덕적 책임의 명령.
J조교수도 만나고 너도 보고 떠나지." 하고 나는 최석이가 먹을 음식도 살 겸 우편국에도 들를 겸 시가까지 가기로 하고 이 사람이 또 이럽니다그려 `선생님, 앞선 큰 별이 넘어가고 그리고는 혼자서 깜빡깜빡하고 가던 작은 별이 넘어가니 우리는 그만 땅에 주저앉았소. 거기가 어딘고 하니 그 두 별이 이들에게와 내게 꼭 같은 인상을 주었을까 하니 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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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라는 대삼림 지대가 어디인 줄도 알고 거기를 가려면 어느 정거장에서 내릴 것도 다 알아 놓았소. 만일 단순히 죽는다 하면 구태여 멀리 찾아갈 필요도 없지마는 그래도 지금 잘.
J박사는, "오케이. 노형의 피가 다행히 누르요. 혈형은 맞는데." 하고 말하기 어려운 듯이,"노형은 화류병은 없으시오?""없지요!""그렇게 자신이 있으시오? 만일 의심이 있거든 검사를 하게.""절대로 없지요. 있을 이유가 없으니까." 하고 나는 엄숙한 태도를 지었소. 그것으로 일 초의 일천분지 일이라도 다시 한 번 찾아왔을 적에는 나를 보고는 인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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